Chapter 0

openclaw도 요구 사항부터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일이 구현보다 먼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 흐름

연초부터 커뮤니티에서는 moltbot 이야기가 꽤 뜨거웠다. 여러 서비스가 agent 기능을 강화하면서 활용 사례도 빠르게 늘어났고, 예상 가능한 흐름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실증 단계로 넘어갔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놀랍지는 않았다. 이미 혼자 써보려고 만들고 있던 agent가 있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흐름이라기보다, 내가 어렴풋이 그려보던 방향이 조금 더 빨리 눈앞에 나타난 느낌에 가까웠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할 것인가

빠르게 셋업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해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더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내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정말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적어보기 시작했다. 당장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생각해 본 내용은 두 가지였다.

  1. 내 생활을 관리해주는 습관 매니저 - 수면 시간이나 영어 공부, 음주량등 소소한 습관 관리를 캘린더나 수첩에다가 했는데, 막상 올해부터 안하니까 좀 느슨해지는 것 같아서, 앱을 설치하려니까 또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고ㅋㅋㅋ 그냥 아주 가볍게 툭툭 던지고 필요할 때 기록 촤르륵 볼수만 있으면 됨
  2. 경제 분석과 재무 조언을 도와주는 분석가 - 사실 분석가라기 보다는 정보를 적당히 잘 추려서 요약하고 모아서 레퍼런스랑 같이 제공해 주면 된다. 요즘 피드도 많고, 뉴스레터도 많지만 그걸 또 한 번 더 정리해줄 수 있다면 그리고 거기서 선택적으로 깊게 확인해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이미 잘하고 있지만 좀 더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는 정보로 가공해주면 좋겠다. 저기 높은 곳에 회장님이나 대통령 정도되면 한 장으로 국내 경제, 세계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고농축 고품질 보고서를 매일 받는데, 나도 받고 싶은거다.

유튜브나 SNS에서 흔히 보이는 활용 예시를 따라가는 것보다, 내가 실제로 계속 쓰게 될 대상을 만드는 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고민끝에 결정했다. 이런 토이 프로젝트는 결국 내가 왜 이걸 만드는지가 가장 큰 추진력이 되기 때문이다.

nanobot github readme

누군가 사용할 법한 요구사항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nanobot 깃헙 README Feature 예시라니…ㅋ


Requirements come first

요구사항, 시스템 사양, 최종 목표, 검증 방법을 먼저 적어보는 일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출발점이자 핵심 작업이다. 어쩌면 구현 그 자체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바이브 코딩이 익숙해진 시대에는 더 그렇다. 구현 속도는 빨라졌지만, 방향을 정하는 일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무엇을 만들지 분명하지 않으면, 아무리 빠르게 만들어도 결국 멀리 가지 못한다.

물론,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과정에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통은 두세 개의 AI 서비스와 동시에 대화하면서 내 생각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필요한 레퍼런스를 찾고, 최종적으로 내용까지 정리한다.

Gemini는 pin, GPT와 Claude는 프로젝트, Perplexity는 공간 기능을 활용해서 계속 대화를 이어가며 프로젝트 끝까지 함께 한다. 하나만 쓰는 것보다 여러 관점을 병렬로 받아보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요구사항은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AI와 대화하다보면 미쳐 생각치 못했던 것들도 잘 챙길 수 있고 문엇보다 대화하듯 길게 논의한 다음 한 방에 정리해서 문서로 뱉어주는 일을 아주 잘한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다른 문서 작업을하는 것은 더 쉽다.


정리한 결과물

어쩌다 보니 기술에 대한 자세한 내용보다, 왜 먼저 요구 사항을 써야 했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정리하다 끝났다. 이렇게 정리한 결과물 중 하나가 요구사항 문서인데,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한것 같다.